해외 산행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 발루의 마운틴 키나발루(헥헥!)

장정화 2006. 1. 3. 22:26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코타키나발루에 키나발루라는 산이 있다.

사바주는 '바람 아래 땅'이라는 뜻이라는데 천재지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땅이란다.

2005년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이곳에 다녀왔는데 너무 멋진 여행이라 꼭 들려주고 싶었다.

 

2005년 12월 18일, 여러 가지 사건의 연속이었다.

둘째 민정이는 배가 아프다고 동네 병원을 3일째 다녔다.

동네 의사말이 장염이라는데 무언가 찜찜했다.

그래서 종합병원에 데려갔는데 "맙소사, 맹장이라고....!"

아침에 입원해서 오후 3시가 넘자 수술을 했다.

게다가 큰 애는 엄마 없는 사이 스파게티소스가 상한지 모르고 먹어서 식중독!

정말 키나발루로 출발하기까지 힘들었다.

 

오후 7시 30분경 서울을 출발,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아침 6시부터 기상하여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국립공원에 9시 30분 도착했다.

가면서 비가 오니 걱정이 됐다.

"산에서 비가 오면 어쩌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4천5백원 정도란다.

짐을 운반해주는 사람도 있고, 7명당 가이드가 한명 있었다.

우리 팀에 붙은 사람만도 말레이시아 현지 여행 가이드 한명, 산악 안내인 두명이었다.

 

1580m 정도의 높이에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AN19(008)이라고 적힌 내 입산허가증을 목에 걸었다.

입산허가증을 걸고 가야 체크를 할 수 있단다.

3번 체크를 모두 받으면 마운틴 키나발루를 무사히 등반했다는 증명서를 하산할 때 준단다.

 

5번째 휴게소에 도착하니 1시 40분이었다.

그제야 가지고 온 한식 도시락을 먹었다.

여행 가이드가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아요."라기에 반쯤만 먹고 

나무 의자에 가서 잠깐 누웠다.

잠깐 누웠는데 잠이 왜 그리도 오는 지....

몽고에서도 잠깐 조는 바람에 힘이 빠지고 의욕이 없어졌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졸린 것을 억지로 참고 일어나 일부러 열심히 걸었다.

 

다시 출발해서 계속 고도를 물으며 걸었다 3353m에 있는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는 동양인 보다 서양인이 더 많았다.

라반라타 산장은 음식도 먹을 만하고 시설도 상당히 좋았다.

새벽 2시 30분부터 등반을 해야하므로 일찍 취침을 했다.

2층 침대가 두 개 놓여 있는 4인용 방이었다.

방 안에 바퀴벌레가 너무 많아서 침대를 벽에서 살짝 떼어놓았다.

 

머리가 띵하고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가이드 말이 펜잘을 먹으면 좋다고 했다.

"두통에는 펜잘~!"

그런데 설사약, 정로환, 타이레놀, 부르펜 밖에 없었다.

워낙 약을 잘 안먹다보니 펜잘이 두통약이라는 사실도

타이레놀 역시 두통약이라는 사실도 깜빡 잊었다.

잠을 못 자고 뒤척이자 동료 대원이 뜨뜻하면 좋다며 쑥찜팩을 줬다.

그런데 너무 히터가 잘되는 바람에 더워서 여름 옷으로 바꿔입어야 할 정도였다.

대원 하명은 속이 몹시 안 좋은 것 같았다.

밤새 계속 들락날락했다.

괴로워하며 나갈 때마다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밤새 바람소리는 요란했으나 유리창으로 별이 보였다.

 

 

 

 

자는 듯 마는 듯 2시부터 등반 준비에 부산했다.

다른 대원들이 참 삼아 컵라면을 먹었다.

난 혹시 몰라 차만 한잔 마셨다.

겨울옷, 모자, 장갑을 든든하게 착용하고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한참 밧줄을 잡고 올라가니 매표소 같은 건물이 나왔다.

그 다음엔 정말 힘들었다.

겨우 숨을 몰아쉬며 조금씩 전진(?) 했다.

정말 바위 밖에는 보이지 않는 보기 드문 경치였다.

15분 정도 남겨두고 기진맥진!

회장님과 홍사장님이 앞에서 당기고 민 덕분에 겨우 정상에 서니 조금 뒤인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해가 뜨기 시작했다.

4100m 정상은 산밑에 있는 열대림과는 다른 경치였다.

 

6시부터 하산을 시작해서 9시에 산장에 들려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챙겨서 10시 20분부터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다.

(여자 대원들은 산장에 배낭을 두고 정상에 올라갔다.)

12시 30분경 출발했던 매표소에 도착했다.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입산증명서를 확인한 매표소 직원이 등반 증명서를 나눠줬다.

등반 증명서에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보았던 꽃들이 그려져 있었다.

 

프로메나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프로메나드 호텔은 27홀  골프장이 있고, 앞에 선착장이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한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고 과일 시장에 가서 과일을 먹었다.

그날 먹은 과일은 망고스틱과 두리안이었는데 두리안은 참 구하기 힘들었다.

두리안을 먹기 위해 화장님과 함께 여러 군데를 찾아 다녀야 했다.

 

마지막날 호텔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사피섬으로 갔다.

사피섬 해변 망루에 있던 안전요원은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다.

아름다운 경치와 부페식 점심을 즐기느라 한국에서의 모든 일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지 않았다.

떠나기 싫은 사피섬을 두고 다시 관광을 시작했다.

 

물위에 있는 이스람 사원, 360도 회전하는 빌딩, 박물관을 보고 쇼핑을 하기 위해 가게로 갔다.

주석, 목재, 바틱이 주 쇼핑품목이었다.

 

저녁에는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부페식이었다.

테이블마다 밑에 커다란 가스통이 있어서 조금 이상했다.

또 음식을 먹는 용기가 참 특이했다.

국물을 부은 냄비 가장자리에는 음식을 구워먹는 구이판이 달려있었다.

소스는 각자 제조해서 찍어먹었다.

 

저녁을 먹고 발마사지를 한 뒤 서울로 출발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여름 옷을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타야 하는데 더워서 도무지 갈아입기가 싫었다.

그래서 갈아입을 옷을 넣은 배낭을 들고 비행기에 오르자 출발 당시 영하 13도이던 서울의 강추위가 생각났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겨울 옷을 입은 채 내려오시던 박사장님이 고도가 낮아지면서 점점 더워지는 바람에 고생하시더니

이번에는 반바지를 입고 비행기에 탄 홍사장님이 서울에 도착하면 추위로 고생하실 것 같았다.

나라와 장소에 따라 기온이 이렇게 변하니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았다.

 

서울로 오는 비행기는 밤 12시 30분쯤 출발했다.

서울 도착하기 1시간 30분전쯤 아침 식사를 하느라 깨었다.

4시간 정도 밖에 못 잔 것 같았다.

아침밥이 정말 안 먹혔다.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잠이 완전히 깨서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가족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걱정도 되고 서울 가서 할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머나먼 곳으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다녀왔으니 다음 여행까지 1년동안 열심히 보내야지."하고 결심했다.

 

같이 갔던 대원들에게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또한 같이 이번에는 같이 떠나지 못한 대원들은 다음에는 꼭 같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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