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작자 미상의 시 한편
장정화
2005. 6. 16. 19:06
진달래 밭에서 너만 생각하였다.
연 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사나이 눈 감고 맹세를 하기로
죽어서도 못 잊는
저 그리운 대간의 품 속으로
우리는 간다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구태여 끊어 무엇하리
온 산에 불이 났네
진달래는 왜 이리
지천으로 피어서
지천으로 피어서
<백두대간 빼재(신풍령)~우두령 구간 산꼭대기 표기판에서>
아주 추운 겨울 새벽부터 랜턴을 켜고 덕유산 밑 빼재부터 산행을 시작했지.
뼈를 에는 바람을 뚫고 한참 길을 걸어 가고 있는데 덕유 삼봉산 1254미터 지점에 있는 돌무더기 속에 작은 알미늄 판이 하나 있더라구.
랜턴으로 불빛을 비치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시가 써 있더구나.
그 깜깜한 하늘 속에 불빛에 의지해서 읽은 이 글이 어찌나 기억에 남던지....
마음에만 담아두고 하루 하루를 그냥 보냈는데...
어느 날 책을 보니 백두대간을 하던 다른 사람이 백두대간 여행기에 이 시를 남겼더라.